Korean J Art Hist Search

CLOSE


Korean J Art Hist > Volume 318; 2023 > Article
A Splendid Land: Paintings from Royal Udaipur
2022. 11. 19~2023. 5. 14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Washington DC
2023. 6. 11~2023. 9. 10
The Cleveland Museum of Art, Cleveland, OH
kjah-318-202306-008i1.jpg
“찬란한 땅”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A Splendid Land: Paintings from Royal Udaipur>의 주인공은 우다이푸르 (Udaipur) 라는 도시 그 자체다. 국립 아시아 미술관 (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우다이푸르 시티 팰리스 박물관 (City Palace Museum, Udaipur)과의 협업으로 개최한 이 전시는 미국, 인도, 호주 등지에 소장된 인도 메와르 (Mewar) 토후국의 회화 60여점을 한 곳에 모았다. 1553년 메와르의 새로운 수도로 건립된 우다이푸르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호수와 웅장한 성, 새하얀 수상 궁전들이 자아내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지금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우다이푸르의 대표적인 경관들을 소재로 18세기부터 제작된 회화들이 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이 작품들은 우다이푸르에 실재하는 장소와 지형을 배경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군주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 외에도 평균 폭 1미터 이상의 대형 크기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18세기 메와르 회화의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다. 독자적인 양식으로 발달한 메와르의 궁정회화는 일찍이 인도 회화사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18-19세기의 대형 회화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이와 같이 18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회화의 양상과 그 독창성을 강조하는 시각은 무굴제국의 중앙 집권력이 약화되는 18세기를 몰락의 시대로 보았던 기존의 사관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사회 관계망의 재편과 함께 지역문화가 융성한 역동적인 시기로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는 우다이푸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피촐라 호수 (Lake Pichola)에서 시작하여 시티 팰리스, 성문 너머의 도심, 도시 외곽, 더 나아가서는 천상계까지 점점 확장되는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World of Pleasure: Udaipur’s Lake Palaces>에서는 피촐라 호수, 그리고 다양한 여흥의 공간을 제공했던 수상 정원과 궁전들을 중심으로 “향유 (vilasa)”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어지는 <The City Palace>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증축된 시티 팰리스의 건축과 공간을 다룬다. 특히 달빛 아래 옥상 정원에서 거행되는 의식과 연회 장면들에서는 소실점, 투시도법 등 다양한 회화기법의 실험적인 차용이 돋보인다. <In the City>와 <Beyond the City>에서는 성문 밖으로 떠나 복잡한 골목길과 크고 작은 사원들까지 도시 전체를 조망하고, 우다이푸르 주변의 산기슭과 들판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냥 장면과 외곽의 정원에서 열리는 봄 축제, 외교 행사 장면들을 통해 왕국의 영토가 갖는 정치적·사회적 상징성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Heaven on Earth> 에서는 우다이푸르를 힌두교 신화 속 성스러운 “지상의 낙원”에 비유한 회화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시각 중심의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공감각적인 경험을 강조한 점이 인상깊다.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히 실재하는 장소의 기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 도시의 다양한 공간들과 이를 배경으로 열리는 축제와 의식을 체험하면서 특정 시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분위기 (bhava)”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관람객이 이러한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영화감독 아밋 더타 (Amit Dutta)가 각 전시실의 주제에 맞추어 제작한 청각자료를 활용한다. 전시실마다 재생되는 물살을 가르는 노 젓는 소리, 빗소리, 말발굽 소리 등은 다중적인 감각을 자극하여 독특한 관람 경험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공감각적 체험이 가장 돋보이는 전시실은 우기라는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감각과 감정에 주목한 <Monsoon Mood>다. 뜨거운 더위를 식히고 메마른 땅에 생기를 불어넣는 우기는 풍요의 계절이자 연인 학 회 소 식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기쁨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우다이푸르가 위치한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물은 왕국의 번영과 직결된 귀중한 자원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Prince Amar Singh II in Udaipur During the Monsoon Downpour (c. 1700)> 는 18세기의 대형 회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우기를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물감의 미묘한 농도 조절을 통해 물기를 머금은 비구름과 축축한 공기, 세찬 비바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경이와 그리움의 감정은 전시실에 울려 퍼지는 빗소리와 인도 고전음악의 선율을 통해 더욱 증폭된다.
<A Splendid Land>는 이처럼 18세기 메와르 궁정회화에서 강조하는 감각과 향유의 경험을 정치·사회적 의미, 새로운 예술 장르와 기법의 발달, 자연환경의 인식과 활용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비이성적인 향락의 표상이라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벗어나 18세기 인도미술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남아시아 지역의 우기 예측이 어려워지고 홍수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시가 일깨워주는 환경의 중요성은 특히 시의 적절하다. 6월 11일부터는 클리블랜드 미술관으로 옮겨 진행되는 이번 전시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TOOLS
Share :
Facebook Twitter Linked In Google+ Line it
METRICS Graph View
  • 0 Crossref
  •     Scopus
  • 562 View
  • 6 Download
Related articles in Korean J Art Hist


ABOUT
BROWSE ARTICLES
EDITORIAL POLICY
FOR CONTRIBUTORS
Editorial Office
Rm. 601. Harvard Officetel Bldg. 1794,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08786, Republic of Korea
Tel: +82-2-884-0271    Fax: +82-2-884-0277    E-mail: ahak@korea-art.or.kr                

Copyright © 2024 by Art History Association of Korea.

Developed in M2PI

Close layer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