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애 지음, 『금강역사』 (동국대학교 출판부, 2023. 3)

Im, yŏngae (Lim Young-ae), Kŭmgangyŏksasang – kandaraesŏ sillaroŭi yŏjŏng - [Vajrapani -From Ghandhara to Silla-], Seoul: Tongguktaehakkyoch'ulp'anbu, 2023, 290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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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2023;318():193-19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June 30
doi : https://doi.org/10.31065/kjah.318.202306.007
김지현*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미술에서 금강역사상은 불법의 수호신으로서 주로 사역을 수호하는 문지기, 또는 불탑 문비 양측에 배치된다. 지금은 누구나 금강역사를 ‘금강역사’라 부르지만 2008년 이전에는 ‘인왕’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렀다. 그러나 현재 국내 학계에서 금강역사를 인왕으로 칭하는 경우는 없다. 책의 저자인 임영애 교수는 2008년도에 발표한 「석굴암 금강역사상에 관한 몇 가지 문제」(『신라문화』 32)에서 인왕이라는 별칭이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이고, 우리나라에서 이를 받아들인 시기와 연유를 추론하는 한편, 경전에서는 금강역사를 인왕으로 지칭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금강역사를 인왕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함을 피력하였다. 이를 계기로 인왕이라는 명칭 사용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금강역사라는 용어로 통일되는 변화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저자의 2008년도 연구는 바즈라파니가 금강역사라는 이름을 찾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3년, 저자는 『금강역사』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출간하였다. 오랜 시간을 공들인 만큼 이 책은 지금까지 저자가 연구한 금강역사상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불교 미술의 주인공이 불보살상이라고 한다면 조연으로 볼 수 있는 신장상, 그 중에서도 금강역사상만을 주제로 연구서를 출간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연구역량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미술 연구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금강역사상의 출현과 특징, 전개 양상 등을 간다라, 중앙아시아, 중국, 신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방대한 양의 내용을 담은 학술연구서는 자칫 읽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164장의 도판을 제시하며 전개한 저자의 해설은 일반 대중들이 교양서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친절하고 명료하다. 저자는 각 장마다 연구 과정에서의 품었던 의문점을 화두로 던지며, 독자들의 집중을 유도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뚜렷하게 제시하는 훌륭한 길라잡이와 같다. 그리고 중요 내용들은 반복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기술하여 금강역사, 나아가 불교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구성은 이 책이 학술저서임에도 교양서도서로서의 성격도 갖게 한다.

「제1장 간다라 금강역사상」은 간다라 불전미술에 등장하는 금강역사상과 초기 경전에 서술된 금강역사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비교·검토하였다. 경전에 수록된 금강역사 자료는 기존 연구에서도 다뤄왔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새롭게 확보한 자료와 기존에 축적된 성과를 총망라하여 금강역사상에 대한 기초자료이자 바이블로 유용한 기준서가 될 것이다.

「2장 중앙아시아 금강역사상」에서는 간다라 금강역사상과의 차이, 변화 양상에 관해 분석하였다. 저자도 언급하였지만 중앙아시아 금강역사상의 사례는 조각상의 수가 매우 적다. 벽화는 훼손이 심하고, 단편으로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 있어 작품을 연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금강역사상의 변화를 폭넓은 시각으로 종합할 수 있었던 것은 2006년에 출간했던 저자의 역저, 『서역불교조각사』(일지사)라는 학문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3장 중국 금강역사상」은 간다라 및 중앙아시아 금강역사상과 판이한 중국만의 특징적 변화를 다뤘다. 저자는 특정 시기인 북위 후기에 금강역사상이 처음 중국화 되고, 8세기 중엽 경에는 얼굴 표현과 같은 특정 양식이 절정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불러온 당시 정치, 사회, 종교, 문화사적 배경을 폭넓게 제시함으로써 금강역사상의 변화에 중국 역사와 문화의 추이를 투영해 냈다. 이처럼 차별화된 접근방식이 바로 미술사학의 지향점이자 존재 가치일 것이다.

「4장 신라 금강역사상」과 「5장 금강역사상에서 사천왕상으로」는 신라 금강역사상의 사례와 특징을 소개하고, 금강역사상에서 사천왕상으로 변화하는 도상 흐름과 원인에 대해 기술하였다. 신라의 금강역사상은 간다라, 중앙아시아, 중국에 비해 성행했던 기간이 짧고, 현존하는 작품 사례도 많지 않다. 그마저도 대부분 탑에 부조된 조각상으로, 연관된 탑의 조성 시기도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고, 관련 자료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라 금강역사상 연구는 제한적인 범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특히 신라를 대표하는 석굴암 금강역사상에 대한 해석은 석굴의 건축과 석굴 내 여러 조각상들과의 양식비교, 중수문제 등 다층적 접근을 요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황룡사지 중금당지 조각상의 존명은 조상의 실체가 남아 있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저자는 황룡사지 중금당지 조각상 중 금강역사상과 사자상이 봉안되었을 가능성, 석굴암 금강역사상의 배치를 통해 석굴암 주실을 다른 개념으로 보는 등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는 신라 금강역사상 연구를 확장하는데 일조하였으며, 신라 금강역사상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소중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각각의 지역이나 국가 단위의 금강역사상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도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간다라 지역에서 신라에 이르기까지 통시적이며, 통섭적으로 다룬 학술저서는 흔치 않다. 이 책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금강역사상이 東漸하며 변화하는 특징을 포착한 금강역사상의 통사이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학술저서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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