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Art Hist Search

CLOSE


Korean J Art Hist > Volume 316; 2022 > Article
Lee: 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os Angeles, September 11, 2022 - February 19, 2023
kjah-316-202212-008i1.jpg
최근 LACMA 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이 붐이다. 올해 7월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을 직접 감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연이었는데, 2022년 9월 11일에 개막한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전이 그 세 번째이다. 전근대와 현대의 사이, 즉 근대기를 중심으로 복잡다단했던 한반도 미술의 전개와 변처를 조망하는 전시이며, 서구권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의 한국 근대미술전이다. 서화와 같은 전통매체와 유화, 사진, 조각 등 이 시기에 새롭게 유입된 서양 매체를 아울러 총 88명의 작가의 130개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근대기 새로운 미술매체의 대표로 여겨진 서양화에 사진과 조각까지를 아우르고자하는 전시 의도가 깃들어있다.
전시는 <근대와의 만남>, <근대의 수용>, <근대의 전개와 확산>, <신여성의 출현>, <현대로의 이행> 다섯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입구에 놓인 최만린의 <이브>를 지나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붉은색, 자주색, 흰색이 대비되는 벽면구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내의 근대미술 전시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강렬한 색채 대비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고난과 역경이 가득했던 한국 근대기의 모습을 대변하듯 강한 첫인상을 안겨준다.
전시의 첫 섹션에서는 <영친왕의 결혼식> 사진과 서양화법을 더한 채용신의 <고종황제 어진>이 관객을 반긴다. 서구 매체 및 기법으로 표현한 대한제국 황실 인물들의 이미지는 19세기 말 조선과 외부 세계의 조우를 기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외국인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담은 드로잉과 다색판화가 전시된다. 특히, 근대기 일본인의 큰 관심을 샀던 고려청자의 제작과정 일부를 담은 폴 자쿨레의 <도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음 섹션은 본격적인 한국 근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실 벽면은 고희동, 김관호, 오지호 등 일본의 근대미술교육을 받은 화가들이 서양 매체와 기법을 구현한 회화와 변관식, 이상범 등 동양화단의 계보를 이은 화가들의 회화로 채워졌다. 전시실 중앙에는 진열장을 따로 설치하여 각박한 노동환경을 담은 임석제의 <석탄광부>나 3/4각도의 여성의 얼굴을 포착한 정해창의 <여인> 등 초기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같은 회화와 사진매체를 병치하는 구성은 통상적으로 한국 근대미술전시에서는 보기힘든 색다른 기획이다.
세 번째 섹션은 한국전쟁 이후 서양매체의 수용을 넘어 예술적 창의성이 정점에 이르렀다 평가 받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절제된 추상표현이 돋보이는 김환기의 <항아리와 여인들>, 피난민의 행렬을 입체주의적 표현으로 담은 이수억의 <6.25 전쟁> 등 다양한 양식과 사조를 작가 본인의 화풍으로 녹여낸 17점의 회화가 한 눈에 담긴다. 전시실 중앙에는 한국 근대기 새로운 조형언어로 소개된 조각을 설치해 넓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한다.
한편, 전시 곳곳에서 여성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네 번째 섹션에서는 여성들에게 새롭게 제시된 근대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사회적 역할을 부각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이유태의 <여인일대>가 있다.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실험실 속 여성과 피아노를 등진 채 다소곳하게 시선을 떨구는 여성의 모습이 대조된다. 이는 당시 여성들의 교육 확대로 인해 그들의 역할이 가정에서 사회로 확대된 모습을 담으면서도, 여전히 사회가 요구하는 순종적인 여성상의 모순점을 표현한 것이다. 또 당시 무용가였던 최승희의 신여성적 면모가 드러나는 사진과 실험적 표현방식으로 무장한 신여성 화가 박래현의 <노점> 또한 인상적이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회화, 조각, 뉴미디어, 설치미술 등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다채로운 표현 매체와 개념의 발전과 함께, 작가 개개인의 독자적인 예술 경향을 토대로 한국화단의 근대에서 현대로의 이행을 보여 주며 끝을 맺는다. 평면매체에 조각적 특성을 더한 권진규의 <코메디>, 전통적 소재를 유화로 표현한 박수근의 <유동>, 또 전위적 미술을 선보이는 곽인식의 깨진 유리 등은 작가 각각의 독특한 표현 양식과 예술적 역량을 반영한다.
이번 LACMA 특별전은 개막 전부터 방탄소년단 RM의 오디오 가이드 녹음 참여로 큰 기대를 산 만큼, 수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출품작 대부분이 미술사 개론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작품 하나하나가 내포한 미술 및 역사적 가치가 크다. 또한 근대기 신식 문물과 전통문화의 충돌이 새롭게 한국 시각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세계를 매혹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으키는 긍정적 영향력을 떠올리며, 한국 미술에도 전향적 파도가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ABOUT
BROWSE ARTICLES
EDITORIAL POLICY
FOR CONTRIBUTORS
Editorial Office
Rm. 601. Harvard Officetel Bldg. 1794,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08786, Republic of Korea
Tel: +82-2-884-0271    Fax: +82-2-884-0277    E-mail: ahak@korea-art.or.kr                

Copyright © 2024 by Art History Association of Korea.

Developed in M2PI

Close layer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