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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 Volume 315; 2022 > Article
Hwang: Conversing in Clay: Ceramics from the LACMA Collection,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os Angeles, California, August 7, 2022 - May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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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이하 라크마)에서는 2022년 8월 22일부터 《Conversing in Clay: Ceramics from the LACMA Collection》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획전시관 레스닉 파빌리온(Resnick Pavilion)에 자리한 이 전시는 특정 시대나 지역을 조망하기보다는 현대의 작가들의 전통 도자기에 대한 재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규모의 전시이기 때문에 굵직한 섹션의 구분은 없다. 하지만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영감을 준 도자기를 한 진열장에 전시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 간의 대화를 보여준다. 특히 도자기의 기법이나 기형, 또는 점토나 유약과 같은 도자기의 물성(物性)이 후대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라크마의 도자기 소장품 중 총 39점이 나온 본 전시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의 도자기 전통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18세기 조선시대에 제작된 <백자 청화 구름 용 무늬 항아리>와 미국에서 현재 활동 중인 스티븐 영 리(Steven Young Lee, 1975~)의 <Jar with Tiger and Clouds>(2019)는 전시의 주제를 대표하는 두 작품이다. 교과서와 박물관을 통해 청화백자를 접했던 한인 2세 작가 스티븐 영 리는 도자기의 균열과 이로 인해 일그러진 기형을 과장시키고 용 대신 토니 타이거라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시리얼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를 넣어 전통적인 청화 백자의 전형을 깨고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균열을 과장하고 도자기의 “전형”을 재해석하는 시선은 이수경(1963~) 작가의 <Translated Vase>(2013)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함께 전시되고 있는 고려 청자와 조선시대의 분청사기는 보존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파편화된 조각을 복원한 형태이다. 이수경 작가는 균열을 뜻하는 “금”과 금속재료의 “금”이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착안하여 깨지고 버려진 청자들의 파편을 모아 금으로 이음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오브제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균열의 재해석은 고려 청자 표면에 미세하게 발생하는 빙렬을 연상케 하며 장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여 깨진 청자 조각들을 소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전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기형은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되 주제를 현대 미국 사회의 이슈로 채워 넣은 예도 있어 흥미롭다. 1876년에 제작된 칼 뮐러(Karl L. H. Müller, 1820~1887)의 <Century Vase>는 미국의 독립 100주년 기념 박람회(Centennial International Exposition)에서 전시되었던 것으로 미국의 기술 발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되었다. 넓은 구연부와 어깨의 들소 머리 모양의 손잡이가 특징인 이 자기에는 조지 워싱턴의 옆모습을 비롯한 독립 전쟁의 영웅들과 서부 정복의 주요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로베르토 루고(Roberto Lugo, 1981~)는 <Century Vase>와 동일한 기형을 차용하면서 통상적인 미국 역사 해석에 도전하는 주제들을 그려 넣었다. 다시 말해 2018년의 두 연작 <From My Cold Dead Heads: A Century of Gun Violence> 와 <LA: A Century of Gangsta>에 최근 일어났던 총기 사건들과 엘에이 갱단의 주요 인물들을 그려 넣음으로써 “역사적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해석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의 웨지우드(Wedgewood) 공장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던 호소노 히토미(細野仁美, 1978~)의 <A Leaves Bowl>(2016)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웨지우드의 카메오 문양에 사용되었던 백토와 아플리케 기법에 착안하여 탄생시킨 이 작품은 기존의 기법과 재료를 한 단계 발전시켜 만든 예이다. 2023년 5월 23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는 다양한 문화적 전통의 도자기들이 여전히 시공간을 뛰어넘는 영감을 주는 원천임을 알려주는 알찬 전시회이다. 현대작가들의 시선으로 재탄생된 작품들은 후대에 또 어떻게 해석이 될지 그 끝나지 않은 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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